[Track - 길]

공군 제대 후, 20대 복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접근성이 좋은 서비스 직종에서의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오픈 조일 때는 7시 30분까지 가서 문을 열고 준비하고, 마감 조일 때는 9시까지 일을 하면서 온라인 강의로 대학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인의 소개로 들어간 카페였기에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한 번의 지각도 하지 않고 성실히 일했습니다. 고객 응대와 서비스에 대한 마인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정직원인데도 잦은 지각과 무책임한 태도의 매니저로 인해 제가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생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Off Track - 길에서 벗어나다]

누구나 쉽게 걸어갈 수 있는 편한 길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뒤, 카페를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사장님과 매니저분께서 많이 아쉬워하시며 시급을 더 올려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저도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아르바이트가 아닌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위해 몸으로 하는 아르바이트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친구들과 여행도 다녀오고, 오랜 만의 휴식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축했던 돈을 쓰면서 통장의 숫자가 적어지는 것을 보니 불안해졌습니다.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만만하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준비하려고 보니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구직 사이트에서 이력서를 작성해 보기로 했습니다. 공군에 입대하기 전 받았던 토플 성적은 유효기간이 끝나 적을 수 없었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자소서 작성에 대한 지식도 없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지원해야 할지도 몰랐기에,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에 여기저기 지원했습니다. 당연히 연락이 오는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사무직에 지원해서 바로 채용되지 못하더라도 한 달 정도면 충분히 취업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서류조차 통과되지 않으니 당황스럽고 길을 잃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Signpost - 이정표]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난 6월, 인재채움뱅크로부터 포지션 제안을 받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리둥절했지만, 급한 마음에 일단 수락했습니다. 몇 십 분 뒤, 컨설턴트님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출산 휴가로 1년 3개월 정도 근무 가능한 대체직이라며 채용 공고 링크를 문자로 보내주셨습니다. 추천해 주신 곳은 나이스디앤비㈜의 국외기업 DB 수출자 CS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과 직무도 단순해 보이지 않아 이런저런 질문을 드렸더니, 인사 담당자분께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걸어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고, 지원하면 채용이 될 것 같다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Sherpa - 안내인]

컨설턴트님은 이력서와 자소서에 관해 내용을 수정해서 제출하는 게 좋겠다며 첨삭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한 번도 자소서 첨삭을 받아 본 적이 없던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감사한 제안이어서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여러 번 전화로 대화하면서 제가 군에서 했던 이력, 아르바이트 업무 중 해당 직무와 맞는 유사 경험을 찾아 주셨습니다. 군 복무 시절 익혔던 컴퓨터 활용 능력과 전화 응대 업무, 서비스직에서의 고객 응대, 니즈 파악, 영어 능력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기업에서 해야 할 직무와 공통점을 계속 찾아내다 보니,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몇 차례 메일을 주고, 받으며 자기소개서는 점점 좋은 결과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일주일간의 최종 첨삭을 끝으로 완성된 지원 서류를 19일 4시 반에 제출하였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류 전형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Head Lantern - 헤드 랜턴]

컨설턴트님이 인사 담당자분께 서류를 제출했다고 알려 주시면서, 면접을 진행하게 되면 어떤 날짜가 좋을지 물어보셨습니다. 20일, 21일은 가족 행사가 있어 힘들다고 말씀드리니 인사 담당자분께 다음 주 중에 진행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고 조정해 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몇 분 뒤 기업에서 전화가 왔고, 다음 주 월요일인 24일 3시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셨습니다.

혼자서 거의 3달간 애를 써도 안 되던 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고, 자소서 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컨설턴트님께 면접 일정을 알려 드리려고 전화 드렸더니, 본인 일 같이 기뻐해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면접 준비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면접장에 도착해서 인사하는 법, 1분 자기 소개를 녹음해서 들어보고 자연스럽게 연습할 것과 면접 예상 질문을 메일로 전달해 주셨습니다. 알려 주신대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면접 당일, 엄청나게 긴장하며 면접장으로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긴장하지 말고 준비한 대로만 차분하게 잘 얘기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컨설턴트님의 따뜻한 목소리에 조금 진정이 되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던 저에게, 야간 등산 시 꼭 필요한 헤드 랜턴과 같이 제가 가는 길을 비춰주는 것 같이 느껴져 든든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준비했던 예상 질문들이 나와 30분간의 면접은 편안하게 진행되었습니다.

[Hooray - 야호!]

면접 다음 날, 2시에 7월 1일부터 출근하라는 합격 문자를 받았습니다.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했던 취업의 문이 드디어 열렸습니다. 제가 맡게 된 업무인 수출자 CS(Customer Service) 직무는 국내 수출 기업과 국외 수입 기업의 소통 과정에서 정보 제공과 문의 응답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와드리는 일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전에 하던 직무와 유사한 점이 많아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업무 강도도 학업과 병행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았습니다. 계약직이었지만 복지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지원해 주는 기업 문화에 놀랐습니다. 특히 첫 출근일에 받은 입사 기념 키드가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미니 캐리어에 기능성 화장품, 화분, 무선 충전기 등과 입사를 축하한다는 작은 메시지 카드가 취업에 성공했다는 실감과 함께 감동을 더해주었습니다.

[A New Experience - 새로운 경험]

취업 후 한 달이 지날 무렵, 컨설턴트님이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인재채움뱅크 측에서 「일·육아 양립 지원제도 및 대체인력 활용 활성화 방안 현장 간담회」 참석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한 이 간담회는 정부 측 관계자분, 대체 인력이 채용해 본 기업 대표님들과 육아 휴직자, 대체 근무자들에게 해당 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대체 인력으로 취업하게 된 경위와 경험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하고, 관련 홍보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도움을 받았던 기관과 해당 정책에 대하여 다른 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고, 관련 정책에 대하여 더 많은 이들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Accompany - 동행]

9월 말. 회사가 마포구에서 중구로 이전 준비 중 인사 담당자였던 이OO 프로님께서 인재채움뱅크에서 10월 2일에 기업을 방문하신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컨설턴트님에게 얼굴을 보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던 터라 기대가 되었습니다. 마카롱과 기념품을 챙겨 오셨는데, 취업의 모든 과정과 현재 직무 적응에 있어 어려움은 없는지 세세하게 질문해 주셨고, 관련 피드백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경청하셨습니다. 인사 담당자분도 휴직자 채용에 대한 어려움을 말씀하셨고, 다음에 또 다른 휴직자 발생 시 인재채움뱅크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셨습니다.

저 혼자서는 걸어갈 수 없었던 길이었습니다. 저의 낯선 첫 발걸음의 과정 가운데 인재채움뱅크가 함께 손잡고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취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데, 혼자서 장벽을 느끼고 있는 취준생들이라면 인재채움뱅크를 통해 도움을 받아 취업에 꼭 성공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인재채움뱅크와 컨설턴트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